테데스코 부임 이후 무패행진을 보여주었던 벨기에의 여정은 유로 첫 경기에서 끝이 났다.(10승 4무) 슬로베니아전에서 벨기에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준비했던 게임 플랜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고 간간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테데스코의 아쉬운 선수 기용으로 인하여 그조차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 경기의 패배 요인으로 루카쿠의 골결정력, 도쿠의 결정적 미스 등을 뽑을 수 있겠지만 테데스코 또한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테데스코호의 벨기에의 전술적 미스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이전 글들이었던 테데스코의 '후방 빌드업 전술'과 '전개 전술'을 게임 모델이라고 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문제를 지적해 보도록 하겠다.
1. 벨기에의 왼쪽 라인이 죽어버린 이유
※ 이 파트 에서는 이전글이었던벨기에 전술 1편 의 글을 보고 온다면 더 이해가 잘 됩니다.
1-1 LB. 카라스코의 주발은 오른발이다.
이 날 벨기에의 왼쪽 라인은 카라스코와 트로사르였다. 원래 LB는 티에테가 붙박이 주전으로 나왔지만 부상으로 인하여 카라스코가 대신 선발로 나오게 됐다. 하지만, 카라스코의 왼쪽 풀백 선발 기용은 벨기에의 공격에 득 보다 실을 가져오게 됐다.
벨기에의 LB 역할은 공을 잡으면 즉시 몸을 앞으로 열어서 측면에 있는 W에게 바로 종패스를 뿌리는 것이다. 티에테는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며 벨기에의 후방 빌드업에서 기여를 했다. 이때, 티에테의 주발은 왼발이기 때문에 티에테 기준 오른쪽에서 넘어오는 공을 왼발로 터치하여 앞을 보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또한, 왼발로 패스를 하기에 측면 터치라인 선에 따라 패스할 수 있고 이는 자신의 오른쪽 대각선 위쪽에서 오는 상대 수비에 걸리지 않고 패스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자세에서 패스를 하게 되면 패스하는 동시에 빠르게 오버래핑할 수 있게 되어 상대 SB에 대한 2 VS 1 수적우위를 가져올 수 있다.
이 역할을 카라스코가 맡게 되면 어떨까. 카라스코의 주발은 오른발이다. 오른쪽에서 오는 공을 오른발로 잡게 되다 보니 측면 터치라인에 따라 몸을 여는 게 아닌 대각선 방향. 즉, 중앙을 보는 몸 방향이 설정된다. 이 자세에서 오른발로 W에 위치한 트로사르에게 패스를 시도하게 되면 오른쪽 대각선 방향에서 오는 상대에게 패스가 끊길 수 있게 된다. 카라스코가 공을 놓는 위치가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놓게 되면서 상대와 공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기에 카라스코에게 시간적 여유가 없어지게 되며 패스의 질은 더 안 좋게 된다.
그런데, 대각선 방향에 공을 놓아도 몸을 꺾어서 트로사르에게 종패스는 가능하다.
하지만, 몸을 꺾은 채로 패스를 하게 되니 패스 후 무빙. 즉, 오버래핑하는데 속도가 빠르게 붙지 않아 자칫 잘못하면 트로사르는 상대에게 둘러싸여 뺴았길 수 있게 된다.
정리하자면, 카라스코의 주발이 오른발인 이유로 공을 오른발로 잡게 되면 공의 위치가 상대가 가까워져서 패스가 끊길 수 있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져 패스의 질은 떨어지게 되며 몸 방향으로 인하여 오버래핑하는 속도가 떨어진다.
1-2 . 트로사르에게 맞지 않는 역할을 부여한 테데스코
후방 빌드업 시에 벨기에 W의 역할은 두 역할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역할은 상대를 등진 채로 공을 소유해 주위 동료에게 패스하거나 중앙 드리블을 통해 공격을 푸는 역할이다. 벨기에 대표팀에서 이 역할은 도쿠가 가장 잘 소화한다. 두 번째 역할은 터치를 최소화해 상대가 붙기 전에 동료에게 패스 후 무브를 통해 공격을 푸는 것이다. 벨기에 대표팀에서 이 역할은 트로사르가 가장 잘 소화한다. 하지만, 이 날 LW로 출전한 트로사르에게 두 번쨰 역할이 아닌 첫 번째 역할을 부여했다. 왜 트로사르에게 두 번째 역할을 부여한 것이 아닌 첫 번째 역할을 준 것일까
A. 트로사르에게 첫 번째 역할을 지시한 이유.
그 이유는 LB에 카라스코가 선발로 나왔기 때문이다. LB은 측면에 있는 W에게 패스 후 오버래핑하여 상대 SB에게 2 VS 1 수적우위를 만든다. 근데 만일, 카라스코가 테데스코가 원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트로사르가 상대를 등진 채로 나오기에 상대 FB의 뒷공간은 자연스레 넓어지게 된다. 이 자리에 패스가 들어가고 카라스코가 이 공간에서 공을 소유하게 되면 상대 진영에서 4vs4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 넓은 공간에서 4 VS 4 싸움은 공격팀은 유리하게 공격을 할 수 있게 되고 벨기에 선수의 퀄리티가 상대에 비해 질적으로 더 좋기에 벨기에는 좋은 공격 찬스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위 그림판이 테데스코가 그린 이상적인 장면이 아닐까?
B. 이상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은 이유
첫 번째 이유는, 1-1 파트에서 언급 됐던 카라스코의 주발 문제다. 크게 다뤘기에 한번 더 언급은 하지 않겠다. 두 번째 이유는, 트로사르가 상대 SB에게 피지컬적 열세를 보이며 공 소유에 어려움을 겪었다. 트로사르의 경합 성공률을 보자면
23/24 시즌은 44.5% 22/23 시즌은 41.1%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도쿠는 23/24 시즌 55.5 % 22/23 시즌 59.3 %를 보여주었다. 지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트로사르는 상대와 몸을 부딪치는 상황을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테데스코는 상대를 등진 채로 공을 소유하다가 횡드리블 또는 패스하라는 역할을 트로사르에게 지시하였다. 맞지 않는 옷을 왼쪽 라인에 있는 선수들에게 모두 부여해 버렸기에 왼쪽 라인이 죽어버린 것이다.
2. 좌 우 하프스페이스에 공백
벨기에는 전개 시에 4-2-1-3을 썼다. 원래 4-1-2-3을 쓰고 망갈라가 상대 압박 타이밍과 횡 패스 타이밍에 내려와 주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경기에서 망갈라는 그냥 오나나 짝꿍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오나나와 망갈라 2 명의 MF가 뒤에 쳐저있으니 좌 우 하프스페이스 공간에는 더브라위너가 모두 맡아야 하는 과부하가 일어나 버렸다. 벨기에의 W들과 SB들은 하프스페이스에 머무는 게 아닌 윙스페이스에 있는 시간이 훨씬 긴데 이는 이전 글이었던 벨기에 전술 2편 에서 만날 수 있다.
망갈라 파트를 보면 알 수 있다.
2-1 처진 망갈라
필자는 이 선수에 대해 따로 파트를 나누어 글을 쓸 정도로 이번 유로에서의 활약을 기대했다. 이 선수가 4-1-2-3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올 때의 활약상이 유로 예선에서 굉장히 좋았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벨기에 전술 2편에서 볼 수 있다.
A. 비어있는 우측 하프스페이스 공간.
그런데, 슬로베키아전에서 나온 망갈라는 그저 오나나 짝꿍이었다. 망갈라는 벨기에의 전개 국면에서 계속해서 아래에서 볼을 잡는 게 아니었다. 상대 포켓 공간에 위치하다 횡패스 옵션 혹은 상대 압박이 쎄질려할때, 그때 내려와서 빌드업을 유로 예선에서 보여주었다.
하지만, 유로 예선에서는 더브라위너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의 이야기. 더브라위너가 복귀하고 망갈라의 자리는 반 칸 내려간 오나나의 짝꿍 자리로 갔다. 물론, 당연히 더브라위너는 벨기에의 절대적 에이스기 때문에 자리를 옮기거나 그의 후보로 가야 한다.
그런데, 더브라위너는 이러한 움직임을 오른쪽 메짤라 역할을 맡았을 때 보여준다. 하지만, 슬로베니아전 더브라위너의 역할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와 프리롤로 움직였다. 즉, 공이 오른쪽에서 전개될 때, 더브라위너가 오른쪽에 없는 상황이 꽤나 연출 됐다. 실제로 히트맵에서도 오른쪽보다 왼쪽에서 더 움직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이 오른쪽으로 전개될 때의 상황이다. 더브라위너는 아직 복귀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측 하프스페이스 공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FB. 카스타뉴와 CDM. 망갈라 모두 뒤에 처져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는 백패스 혹은 도쿠의 무리한 돌파 밖에 나올 수 없다. 결국 우측에서는 도쿠의 무리한 돌파만 전진할 수 있는 옵션이기 때문에 상대는 도쿠의 드리블에만 집중하면 된다.
원래 오른쪽 MF는 도쿠가 나온 공간에 침투하여 상대 MF 혹은 상대 수비를 끌어들여 우리 동료가 사용할 공간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슬로베니아전에 이 역할이 사라지게 되면서 도쿠가 공을 잡고 횡드리블을 시도할 때, 최대 3명에게 둘러 쌓이는 상황이 나오게 된다.
B. 정발 윙어 도쿠.
이 날, 도쿠는 정발 우측 윙어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정발 윙어로 출전한 도쿠는 왼쪽에서 나왔을 떄 보다 파괴력이 줄어들었고 이는 도쿠의 주발과도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도쿠가 양 발을 잘 사용하는 윙어이지만 자신의 약발인 왼발로 드리블 치는 모습들을 많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오른쪽에서 도쿠는 드리블 시도를 할 때, 오른발을 사용했고 이는 중앙으로 접는 옵션을 스스로 지워버리는 결과를 제공했다. 도쿠가 갈 수 있는 곳은 측면 밖에 없었고 상대 수비는 도쿠를 측면으로 유인하며 돌파당하지 않는 모습을 여럿차례 보여주었다.
도쿠가 측면에서 우측 하프스페이스에서 공 잡을 때, 카스타뉴 혹은 망갈라가 침투해 주더라도 도쿠의 드리블 방향과 침투 방향이 같기에 패스가 상대 수비에 걸릴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도쿠가 오른쪽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을 때 PA 안으로 침투하는 동선이 아닌 우측 하프스페이스에서 공 받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도쿠에게 한 가지 옵션을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혹은 도쿠가 공을 잡고만 있는 상태에 있을 때, 카스타뉴 혹은 망갈라가 PA 안으로 침투하는 것도 괜찮은 옵션이다.
3. 기존 4-1-2-3으로 돌아온 벨기에
4-2-1-3 형태에서 전개 국면에만 들어서면 상대 공격을 풀어내지 못하니 벨기에는 다시 4-1-2-3으로 돌아왔다. 망갈라가 빠지고 역발 윙어 바카요코가 들어가게 되면서 위와 같은 그림의 4-1-2-3이 된 벨기에다. 좌 우 하프스페이스는 트로사르와 더브라위너가 자리를 바꾸며 공격을 진행했고 그 결과 벨기에의 공격은 이전보다 더 잘 풀어낼 수 있었다.
3-1 측면 트라이앵글 형성 됨으로써 마무리 전개 수월.
왼쪽에서는 트로사르가 오른쪽에서는 더브라위너가 위치하면서 패스 옵션이 항상 있게 되면서 윗선에 있는 공격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마무리 국면에서 역발 W가 공을 잡고 있을 시에 트로사르와 더브라위너가 침투하면서 바카요코 혹은 도쿠가 횡드리블할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그들의 패스를 받아 직접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릴 수 있다. 측면에 가면 무리한 돌파 혹은 백패스 말고는 없었던 벨기에의 공격에 새로운 옵션이다. 두 개의 옵션 말고도 더 많은 옵션이 있기에 벨기에의 측면 공격은 더 무서워질 수 있다.
3 - 2. 횡패스 옵션이 되는 2명의 MF. 이로 인해 나오는 패스길.
측면에서 공을 돌리다가 중앙으로 전환을 할 때, 순간적으로 상대 선수간 사이 거리가 멀어지거나 너무 가까워진다. 바로 중앙에 위치한 선수에게 패스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옵션이지만 벨기에는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한 단계를 더 거치면서 중앙에 위치한 선수에게 종 패스를 한다.
A. 횡패스 옵션이 되는 선수를 거치는 방법.
벨기에는 반대쪽에 위치한 MF 트로사르를 이용해 중앙으로 패스길을 형성한다.
측면에서 공을 돌리다가 방향전환을 위해서 CDM 오나나가 측면 쪽으로 움직이며 공을 받는다. 오나나에게서 단숨에 도쿠나 카라스코에게 패스하는 게 가장 좋지만 패스가 끊길 위험이 있기에 위에 위치한 트로사르가 횡 패스 옵션이 되기 위해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왼쪽에서 공을 돌리다 오른쪽으로 방향전환을 위해서 더브라위너가 아래로 내려와서 횡패스 옵션이 돼준다. 횡패스 옵션이 되는 트로사르가 공을 받을 때, 상대 MF가 트로사르가 편하게 전진 못하게 앞으로 튀어나오는 수비를 하는데 이때, 순간적으로 선수간 간격이 벌어지면서 패스길이 형성 되고 곧바로 종패스를 보낸다.
루카쿠에게 종패스가 들어갈 때, RCM. 더브라위너는 포켓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루카쿠에게 리턴 패스를 받고 곧바로 공격 동작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된다.
벨기에는 방향전환 시에 두 명의 MF에게 각기 다른 역할을 쥐어준다. 한 명의 MF는 횡패스 옵션이 되기 위해서 내려오는 움직임. 다른 한 명의 MF는 포켓에 위치하여 더 높은 위치에서 공을 받는 움직임.
B. 횡패스 옵션이 되는 선수가 미끼가 되는 경우.
A 파트에서는 횡패스 옵션이 되는 선수를 거쳐서 중앙으로 패스를 연결했다. 하지만, 횡패스 옵션이 되는 선수가 "미끼"가 되어 패스길을 형성해주는 옵션 또한 존재한다.
오나나 에게 연결되는 점 그리고 트로사르가 내려오는 움직임 까지는 A 파트와 다른 점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 수비에 리액션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대 수비가 횡패스 옵션이 되는 트로사르에게 미리 접근해 버리며 다시 한번 더 CDM과의 거리가 벌어졌다. 여기서, 루카쿠가 살짝만 움직여주면 패스길이 형성 되고 즉시 루카쿠에게 종패스 한다.
트로사르가 미끼가 되면서 좋은 점은 트로사르가 루카쿠에게 패스 길 옵션을 하나 더 제공해 준다. 트로사르에게서 공이 거치지 않으면서 트로사르는 그 즉시 앞으로 튀어 나갈 수 있고 빠르게 패스 길을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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